2009-02-09

막스 뮐러 - 독일인의 사랑

동화책 같은 삽화가 독일인의 사랑만큼이나 감미로웠던 책.
끝이 보이지 않은 사막을 거닐고 있는 것처럼
답답하던 나에게 오아시스 같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많은 이들이 참된 기독교 정신에 들어서지 못하는 것은,
우리들의 마음에 계시가 미처 다가오기도 전에 기독교가 처음부터 계시를 앞세우기 때문이에요.
나도 그 때문에 자주 불안을 느끼곤 했어요.
그렇다고 내가 우리 종교의 진실성과 신성함을 의심했던 건 아니에요.
다만 타인으로부터 거저 받은 신앙은 나의 권리가 아닌 듯했고,
또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어릴때부터 습관적으로 받아들인 믿은은 진정으로 내 것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지요.
그 어느 누구도 우리를 대신하여 살아주거나 죽어 줄 수 없는 것처럼,
아무도 우리를 대신해서 믿어줄 수는 없는 것이니까요.

자기의 속마음을 숨겨야 하는 것이 이 사회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 아닌가.
관습이니 예의니, 체면이니 현명함이니, 처세술이니 하는 등의 이름을 붙여
우리에게 끊임없는 광대놀음을 요구하며,
우리의 삶 전체를 일종의 광대놀음으로 만들어버리지 않았는가.
하지만 이런 광대놀음에 익숙해져 있으면서도,
진실하고 솔직한 인간 본연의 태도를 되찾기 위해 애쓰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심지어는 사랑에 있어서조차도 솔직하게 말하거나 묵묵히 침묵하지 못하고,
유명한 시 구절을 동원하여 표출하거나 한숨 짓는 식으로 아첨하면서 과장된 행동을 한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서로를 직시하며 헌신할 줄 모르는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이 세상의 보배가 아니다.
우리는 다만,
서로를 발견하고 알아본 두 영혼이 손을 잡고 마주 바라보면서
이 지상의 짧은 여행을 함께 할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는 것 뿐이다.
그래서 목적지에 도달할 때까지 그녀가 힘들어하면
내가 의지가 되어주고,
그녀는 내게 위안을 주며 서로를 배려하는 관계로 머물기를 원할 뿐이다.

사람이란 존재는 어째서 자신의 삶을 유희처럼 바라보는 것일까.
오늘이란 날이 이 세상에서 마지막 날이 될 수도 있고,
시간을 잃어버리는 것은 곧 영원을 잃는 것임을 생각하지 않고,
어찌하여 사람들은 자신이 행할 수 있는 최선의 것과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아름다움을 하루하루 미루고 있단 말인가.

행복했던 날들에 대한 기억,
고뇌에 찼던 날들에 대한 기억,
소리없이 스러져간 날에 대한 기억
이 앞에서는 우리를 에워싸며 묶고 있던 모든 것이 사라져버린다.
오랫동안 아들이 잠들어있는 풀 덮인 무덤위에 몸을 던지는 어머니처럼 거기에 몸을 던지고,
어떤 희망이나 소망도 이 쓸쓸한 집착을 방해하지 못하는 먼 과거의 추억에 잠기는 것이다.
이것을 사람들은 애수(哀愁)라고 부를 것이다.
그러나 이 애수속에는 행복이 깃들여있으며,
그것은 뼈저리게 사랑하고 고뇌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것이리라.

"당신은 왜 나를 사랑하나요?"
"왜나고요? 마리아! 어린아이에게 왜 태어났느냐고 물어보십시오.
꽃한테 왜 피어있는지를 물어보십시오.
태양에게 왜 빛나고 있나고 물어보십시오.
나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사랑하는 겁니다."


2007-11-24 naver blog에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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