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2-09

정현숙 - 나쁜마음이 점점 커지면 배가 터져요

나도 이렇게 세상을 다르게 보았었는지가 문득 궁금해진다.
한살 두살 먹으면서
사회가 정해놓은 틀에 나를 맞춰놓고
그 틀밖에 있는 사람들을 자기만의 세계가 독특한 사람이라고 치부해버린것 같다.
이렇게 순수했었는데.

자동차는 무엇으로 가지라는 질문에 '운전대요' '바퀴'요 하면서 다투는 아이들.
기름이 있어야 가는 것은 내가 정해놓은 대답일뿐인 것을.
산타할아버지는 롯데 백화점이 산다는 아이들.
할머니가 하늘나라 가셨는데 핸드폰을 놓고 가서 전화 못한다는 아이를 위로하는 아이들.
비오는 날 우산을 돌리면 우산이 어지러우니 하면 안된다는 아이들.
아침먹고 왔냐는 말에 '아침 말고 맘마 먹고 왔어요' 하는 아이들.
가을 들판 허수아비 그림을 그리라는 말에 바탕색을 까맣게 칠하겠다는 아이들.
허수아비는 밤에도 그 자리에 서있으니까 까맣게 칠해야 한다는 아이들.
남을 도우는 사람 마음은 "꽃마음이요, 구름마음이요, 천사마음"이요 하는 아이들.
"착한 마음, 예쁜 마음" 그런것 보다 더 멋진말로 대답하는 아이들.

때 묻지 않은 아름다움을 갖고 있는 원석과 같은 아이들의 모습을
웃으며 울며 흐믓하게 지켜볼 수 있었다.
이 사고뭉치 & 귀염둥이 아이들과 함께한 30년이라는 시간이
저자에게 얼마나 값지고 소중한 시간들일지 감히 짐작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만큼의 크기 만큼 순수함을 잃게 되었고.
앞으로 살아갈 시간동안 순수함을 잃게 되겠지만.
아이들은 우리가 잃어버리고 사는 순수성이 남아있는 휴식처와 같은 존재임을.
아이들의 눈으로 보는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기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훗날 내 아이를 품에 안았을때,
아이의 순수함을 이해할 수 있고 어루만져줄 수 있는.
내 아이가 닮아도 되는.
그런 순수성을 조금은 간직하고 있는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

2007-10-27 naver blog에 작성한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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