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2-09

이사카 고타로 - 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

여기 명랑한 갱 4명이 있다.
나루세: 인간 거짓말 탐지기. 앞일을 정확하게 내다보는 갱의 리더.
교노: 최고의 달변가. 자칭 잘 나가던 권투선수. 타칭 수다쟁이
유키코: 오차율 0%의 체내시계를 타고난 갱의 홍일점.
구온: 소매치기의 천재. 동물애호가.

명랑한 갱 4명이 모여 은행털이를 계획한다.
심플하다.
은행에 들어간다. 돈을 가져온다. 차를 타고 도망간다.
가만히 앉아 남의 돈으로 제 주머니를 불리는 ‘은행’이니까,
아무런 죄책감 없이 돈을 훔치겠다는 맹랑한 그들이다.
이 명랑한 갱들이 뭉치고, 달리고, 털고, 나누고, 인생을 즐기는 동안
나도 뭉치고, 달리고, 속 시원해하면서 그들과의 시간을 즐겼다.
그 동안에도 작가는 그가 발붙이고 있는 현실을 잊지 않는다.
명랑한 갱 4인방을 통해, 교노의 연설과 나루세의 생각을 통해
많은 사회적 이슈와 인간의 약점에 대해 드러내고 있다.

[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 중에서]

……나이 차이가 나는 남자와 사귀는 것을 ‘인생의 월반’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 친구들이 있다.
유키코는 그런 생각이 우습기 짝이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사람이 나이를 먹는다고 저절로 현명해질 것 같진 않았다. 오히려 살아온 날들만큼 영혼이 탁해지리라는 것이 유키코의 상식이었다.

인간이란 존재는 각자가 자기만의 주인을 갖고 있다.
여기서 ‘주인’이란 어떤 행동을 할 때 그 근거가 되는 것으로,
그것은 자신의 상관 일수도 있고
자기만의 미학일 수도 있다.
일반 상식일 수도,
이해 득실일 수도 있다.
아무튼 사람들은 행동할 때 그 주인,
즉 룰에 따른다.

“올바른 것이 늘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건 아니에요.”

…..”인간은 후회해도 마음을 바로 잡을 줄은 몰라. 바보 같은 짓을 반복하지.
‘역사는 반복된다.’라는 말은 그런 인간들의 속성에 대한 변명이야.”

“ 들어봐, 이 세상이란 곳은 너무도 복잡하게 얽혀서 무엇이 정답인지 알 수가 없어.
다시 말해서 난해한 영화 같다, 이거야.
전위적이라 몇 번을 봐도 내용을 알 수가 없어.
우린 그런 영문 모를 여화를 계속 앉아서 봐야만 하는 거야.
이해 할 수가 없으니까 그냥 자기 멋대로 해석하는 거지.
그런데 말이야, 나루세는 어디서, 뭐 이상한 잡지일 수도 있지만,
감독의 인터뷰를 읽은거지.
혹은 머리 좋은 평론가가 쓴 해설서이거나.
그러니까 영화를 봐도 이해를 하는 거야.
당황하는 일 없이.
그렇지 않으면 저렇게 모든 일을 다 꿰뚫고 있는 얼굴로
늘 침착하게 있을 수 있겠어? “
……………
나루세는 해설서를 읽었을지도 모른다.
지금까지는 올바를 판단을 하고 구온 일행을 선두 지휘했다.
하지만 그것이 영원히 계속된다는 보장은 없는 것 아닌가.
지금 지미치를 회의에 참석시킨 것은
현명한 인간의 판단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다.
해설서에 누락된 페이지가 있었거나,
감독이 인터뷰에서 거짓말을 했을 수도 있다.
아주 중요한 무언가를 잘못 알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고정관념에 대한...

- 가짜들 가운데 진짜를 섞어두면 사람들은 모두 진짜라고 여긴다.
- 어떤 일에 단언하려면 그만한 각오와 판단력이 필요한데,
그 두 가지 모두 대부분의 일본인들이 이미 상실한 것이다.
- 겉모습만 바꾸면 동료도 못 알아본다.

정치가와 공무원에 대한...

- 죽어 마땅한 인간이 멀쩡하게 살아있는 것이 나한테는 더 공포다.
- 말만 거창하게 하는 정치가나, 나라의 경기도 회복 시키지 못하는 주제에 잘리지도 않고 질기게 붙어있는 걸 보면,
그쪽이 더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야.
칼에 찔려 죽은 시체는 그에 비하면 심플하지.

권력남용에 대한...
- “적을 감싸는 자도 적이다”라는 억지 논리를
큰 나라 대통령이 당당히 공표하는 걸로 봐서 중학생 정도야 그런 생각쯤 하고도 남을 일이다.



초심을 잊지 말자.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돌아가자. (루소의 말이 맞다.)

사람은 자신만의 원칙을 세우고 자신이 세운 그 원칙에 따른다.
나만의 원칙을 세우고 나의 ‘주인’으로 여기고 따르면 된다고 생각했다.
나만의 원칙을 세우기 이전에,
선행해야 할 일이 있다.
그 원칙이 올바른. 원칙인가.
내가 따를 만한 주인인가.

올바른 것이 사람을 늘 행복하게 해주지는 않지만,
올바른 일을 하는 사람이 되자.

우습지만, 오늘도 바보짓을 반복하고 있다.

누군가의 해설서에도 누락된 페이지가 있었나 보다.

2007-10-22 naver blog에 작성한 글 입니다.

[얼마전 이 책을 읽었을 때,
작가의 위트와 기지에 놀랐었는데 얼마전 극장을 갔더니 영화로 개봉할 모양이더군요.
팜플렛을 보니 책 만한 재미를 주지 않을 것이 눈에 선해 조금은 안타까웠다는 ㅠ.ㅠ]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