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2-02

사랑하는 아빠와의 달콤한 데이트!

해질 무렵,
발 디디기도 힘든 시청근처에서,
한 달동안 세미나 때문에 서울에 계신 아빠와
3주만에 겨우 만날 수 있었다.

참 같은 땅에 있으면서도 이렇게 얼굴뵙기가 힘들다.
(이러다 엄마 얼굴은 잊어버리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엄마 미안~)

한미 FTA 쇠고기 재협상때문에 모여있는 시민들과,
그 주위를 가득 둘러싼 경찰의 대열.
그 속에서 아빠를 만나는건 생각보다 쉬웠다.

3개월만인가? 아빠 얼굴을 보는게.
저쪽에 서있는 아빠를 보고 신나게 뛰어갔다.
활짝 웃으며 아빠 팔짱을 끼고,
스시가 먹고 싶다고 애교를 부렸다.

광화문 자주가는 회전초밥집으로 가는길.
곳곳에서 아빠와 나를 쳐다보는 눈길이 심상치 않다.
그런거 아니거든요? 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한 두번 겪은 일도 아니기에 그냥 지나친다.

참, 세상 이상해졌다.
그냥 딱 봐도 아빠랑 딸인데.
암튼, 아빠랑 회전초밥집에 들어서서 Literally 신나게 먹었다.
(아빠랑 나는 바다에서 나는 거라면 뭐든 정신을 못차린다. )
저녁을 먹으면서, 차를 마시면서,
현재 나의 생활,
앞으로의 나의 진로와 미래,
결혼과 그 이후의 삶의 설계에 대해서 얘기 나누었다.

아빠랑 이렇게 많은 얘기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아빤 항상 그랬다.
아빤 항상 날 믿어주셨다.
아빤 항상 날 격려해주셨다.
아빤 항상 그자리에 계신다.

귀에 박히도록 들어왔던 말.

"우리 딸, 건강이 젤 중요해. 공부도 일도 중요하지만, 스트레스 받으면 안돼. 아빠가 항상 얘기하지? 공부도 중요하지만, 좋은 사람이 되는게 우선이야. 그리고 엄마랑 아빠는 다른 거 안바라. 그냥 네가 건강히 지금처럼 이쁘게 잘 컸으면 좋겠어. 우리 딸 키우면서 아빠는 항상 고맙고 기뻤어."

아빤 항상 그랬다. 고등학교때도 밤늦게 공부하면 방 불끄며 얼른 자라고 재촉하셨다. 대학때도 전화해 지금까지 안자고 있으면 어떡하냐고 걱정하셨다. 회사 다니면서 공부하는 나땜에 본인이 더 힘들어하신다. 부모님의 기대가 혹여나 나에게 짐이 될까봐 티하나 내지 못하시고 걱정하신다. 유학준비가 생각보다 힘이 많이 든다는 한마디에 당신이 나보다 더 걱정하신다.

눈물이 찔끔 나려고 했지만, 오랜만에 보는 이쁜 얼굴 보여드리려 활짝 웃었다. 그리고 아빠 만나기 전에 찍었던 미국비자 사진을 지갑에 넣어드리고, 엄마 드리라고 핸드폰줄도 함께 드렸다.

그렇게 애틋했던 울 아빠와의 데이트는 끝났다.
아빠를 만나기 전까지 쌓여 있던 스트레스와도 안녕했다.
안정되고 편안해졌다.


근데, 아빠 그거 알아?
나도 엄마 아빠가 내 부모님이라는게 항상 고맙고 기쁜거.
이렇게 아빠랑 데이트할 수 있어서 좋은거.

엄마, 아빠 사랑합니다.



2008-05-30 naver blog에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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