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2-02

다행이다

갑자기 이 노래가 듣고 싶어졌다.
결혼식 축가로 많이 부른다는 이적의 노래, 다행이다.
주변에 결혼하는 사람이 부쩍 많아서 그런가.
비가 와서 조용한 노래가 듣고 싶어져서인가.
그것도 아니면, 내가 만남, 결혼이라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것일까.

누군가를 만나고,
그 누군가와 연애를 하고,
미래를 약속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알콩달콩 살아가면서,

다행이다.
참 다행이다. 라고 느낄 수 있다면.

쉽게 약속을 정하고 깨고 다시 약속을 정하기 쉬운 지금. 핸드폰이라는 것이 생겨나기 이전에는 지금은 부르기도 어색한 호출기, 삐삐가 있었다. 나에게도 아주 귀여운 빨간색 삐삐가 있었다. 그때만해도 약속은 한 번 정해지면 바꾸기 어려운 것이었다. 자의든, 타의든. 사정이 생겨서 3시간씩 기다려야 하는 일도 있었다. 공중전화에 음성을 확인하러 간 사이 상대방이 도착해 없는 것을 확인하고 가버렸을까봐 옴짝달싹하지 못했던 그때가 있었다.
지금은 약속을 하기도 깨기도 쉬워진 것 같다. 전화 한 통, 문자 하나면 되니까.

사람간의 관계도 이렇게 변해가나 싶어 갑자기 서글프다.
친구와의 약속,연인과의 약속, 부부간의 약속...
함께했던 시간과 약속을 뒤로하게 되는.
그리곤 잘된거라며 스스로에게 정당화하는.

처음의 그 마음, 약속. 누군가와의 만남이,
-친구가 됐던, 가족이 됐던, 연인이건, 부부이건만나서 다행이다. 라는 생각이 드는 것.

그 자체가 주어진 행복이 아닐까.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한 '나'의 모습이 보인다...

2008-05-28 naver blog에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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