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2-09

이외수 - 하악하악

이외수 - 하악하악

8. 미래는 재미있게 놀 궁리를 하면서 시간을 보낸 젊은이들 보다는 재미있게 살 궁리를 하면서 시간을 보낸 젊은이들을 위해 준비되어 있는 무대다.

19. 길을 가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 길을 가던 내가 잘못이냐 거기 있던 돌이 잘못이냐. 넘어진 사실을 좋은 경험으로 받아들이면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인생길을 가다가 넘어졌을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당신이 길을 가면서 같은 방식으로 넘어지기를 반복한다면 분명히 잘못은 당신에게 있다.

23. 사람들은 대개 두 종류의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인생을 살아간다. 하나는 자신의 외모를 비추어 볼 수 있는 마음 밖의 거울이고 하나는 자신의 내면을 비추어 볼 수 있는 마음 안의 거울이다. 그대는 어느 쪽 거울을 더 많이 들여다 보면서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가. 오늘도 하늘 비친 몽요담에 귀를 씻는 모월봉.

24. 그리움은 과거라는 시간의 나무에서 흩날리는 낙엽이고 기다림은 미래라는 시간의 나무에서 흔들리는 꽃잎이다. 멀어질수록 선명한 아픔으로 새겨지는 젊은 날의 문신들.

28. 인간이라는 이름으로 살악면서 진실을 못보는 것은 죄가 아니다. 진실을 보고도 개인적 이득에 눈이 멀어서 그것을 외면하거나 덮어버리는 것이 죄일 뿐이다.

31. 마음이 좁쌀만 한 인간이 하나님을 믿으면 하나님의 크기도 좁쌀만 하고 마음이 태산만 한 인간이 하나님을 믿으면 하나님의 크기도 태산만하다. 마음이 크기가 좁쌀만 한 인간은 영혼이 좁쌀 속에 갇혀서 자신의 모습조차 보지 못하고, 마음의 크기가 태산만 한 인간은 영혼이 태산위에 올라 천하만물을 두루 살피니, 지금 그대 영혼이 어디서 무엇을 보고 있는지 한번 말해보시라.

42. 인간반성: "가만이 있으면 중간이나 가지" 라는 말이 현대에 이르러 속담처럼 자주 쓰인다. 잘난체 할 수록 못나 보인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는 찌질이들이 많아졌다는 반증이다. 그들은 왜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느냐고 항변할지도 모르지만 다양성이 곧 정당성은 아니라는 등식을 염두에 두지 않은 항변이다. 인간의 외모를 비추어 볼 수 있는 거울은 있는데 인간의 내면을 비추어 볼 수 있는 거울이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46. 날은 저물어 인적은 끊어지고 밖에는 빗소리 가을 발목을 적시고 있네. 오늘은 풀벌레들도 노래할 기분이 아니라네. 공허한 집필실에 앉아 나 홀로 마시는 암갈색 음악 한 모금. 시간이 조금씩 녹고 있네.

51. 인생의 정답을 알기는 어렵지 않다. 다만 정답을 실천하면서 살기가 어려울 뿐.

55. 그대가 만나는 사람들 중에는 조금만 시간이 흘러도 망각의 늪으로 사라져버릴 사람이 있고 아무리 많은 시간이 흘러도 기억의 강기슭에 남아있을 사람이 있다. 혹시 그대는 지금 망각의 늪 속으로 사라질 사람을 환대하고 기억의 강기슭에 남아 있을 사람을 천대하고 있지는 않은가. 때로는 하찮은 욕망이 그대를 눈멀게 하여 하찮은 사람과 소중한 사람을 제대로 구분치 못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나니, 훗날 깨달아 통탄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62. 포기하지 말라. 절망의 이빨에 심장이 물어뜯겨 본 자만이 희망을 사냥할 자격이 있다.

68. 아무나 죽어서 꽃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살아서 가슴 안에 한 송이 꽃이라도 피운 적이 있는 사람이 죽어서 꽃이 될 수 있는 것이다.

69. 사랑의 절대법칙: 사랑한다는 말 뒤에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영원히' 라는 말이 생략되어 있다.

115. 시간이 지나면 부패되는 음식이 있고 시간이 지나면 발효되는 음식이 있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시간이 지나면 부패되는 인간이 있고 시간이 지나면 발효되는 인간이 있다. 한국 사람들은 부패된 상태를 썩었다고 말하고 발효된 상태를 익었다고 말한다. 신중하라. 그대를 썩게 만드는 일도 그대의 선택에 달려 있고 그대를 익게 만드는 일도 그대의 선택에 달려있다.

120. 그대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도 없고 하늘로부터 물려받은 것도 없는 처지라면, 그대의 인생길은 당연히 비포장도로처럼 울퉁불퉁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수많은 장애물을 만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두려워하지 말라. 하나의 장애물은 하나의 경험이며 하나의 경험은 하나의 지혜다. 명심하라. 모든 성공은 언제나 장애물 뒤에서 그대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129. 오석같이 경도가 높은 낱말이 있는가 하면 찰떡같이 점성이 높은 말도 있다. 저 혼자 반짝이는 낱말도 있고 저 혼자 바스라지는 낱말도 있다. 언어의 맛을 볼 줄 모르면 언어늬 맛을 낼 줄도 모른다. 건성으로 읽지 말고 음미해서 읽으라. 분석 따윈 집어치우고 감상에 열중하라.

135. 가지고 싶은건 한없이 많은데 주고 싶은건 하나도 없는 사람을 가까이 하지 말라. 끝없이 먹기는 하는데 절대로 배설을 하지 않는 습성때문에 뱃속에 똥만 가득 들어차 있는 사람이라면 이미 인간이기를 포기한 사람으로 간주해도 무방하다.

139. 아내들이여. 남편들이 사랑고백을 자주 하지 않는다고 투정부리지 말라. 남편들이 날마다 출근해서 녹음기처럼 되풀이되는 상사의 역겨운 잔소리를 참아내고, 자존심을 있는 대로 죽이면서 거래처에 간곡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고, 헤비급 역도선수의 역기보다 무거운 스트레스를 어깨에 걸치고 퇴근하는 모습, 그 자체가 바로 그대와 자식들을 사랑한다는 무언의 고백임을 명심하라.

150. 한 가지 일에 평생을 건 사람에게는 오늘의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는 격언이 무의미하다. 그에게는 오늘이나 내일이 따로 없고 다만 '언제나'가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167. 부부싸움을 하다가 아참, 울 마누라가 여자였지 라는 사실을 자각하면 즉시 전의를 상실하게 된다.

195. 자존심에 대못박기: 젊은이여. 세상이 그대를 몰라주더라도 절망하지 말라. 젊었을 때 이를 악물고 실력을 연마하라. 실력은 생존경쟁의 절대무기다. 거기다 고매한 인격까지 겸비할 수 있다면 그대는 문자그대로 천하무적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 물론 그대가 지하도에서 노숙을 하면서도 여생을 즐겁게 보낼 수 있는 성품을 가졌다면 젊은 날을 허송세월로 보내도 상관은 없겠지만.

198. 한 우물을 파다가 끝까지 물이 안 나오면 인생 막장 되는거 아냐, 라고 말하면서 손도 까딱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삽질 한 번 해보지 않고 그런 소리나 하는 사람들, 대개 남에게 물을 얻어먹고 살거나 한평생 갈증에 허덕거리면서 세상탓이나 하고 살아간다. 쩝이다.

207. 많이 아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많이 느끼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라. 많이 느끼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많이 깨닫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라. 태산같이 높은 지식도 티끌 같은 깨달음 한번에 무너져버리나니, 오늘도 몽요담 돌거북은 번개 한 번에 삼천리를 두루 살피고 돌아온다.

249. 인간반성: 습관적으로 남의 의견이나 주장을 별다른 타당성도 없이 일단 부정부터 함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려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대개 남의 의견이나 충언 따위는 경청하려 들지 않는 악습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존심까지 조낸 강해서 절대로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려 들지 않는 특질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실패를 거듭할 수 밖에 없다.

250. 세상이 변하기를 소망하지 말고 그대 자신이 변하기를 소망하라. 세상에게 바라는 것이 많은 사람에게는, 불만과 실패라는 이름의 불청객이 찾아와서 포기를 종용하고, 자신에게 바라는 것이 많은 사람에게는, 성공과 희망이라는 이름의 초청객이 찾아와서 도전을 장려한다. 그대 인생의 주인은 세상이 아니라 그대 자신이다.

256. 그대 주변에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대가 "안심하세요, 제가 있으니까요"라고 말해주면 그대를 믿고 안심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나요. 가족조차도 그대의 말을 신뢰하지 않는다면 그대의 인생은 아직 미완성입니다.

258. 절망과 고독의 껍질 속에 갇혀 있는 번데기여. 포기하지 말라. 혼신의 힘을 다해서 껍질을 뚫어라. 그러면 무한 창공, 눈부신 자유가 그대를 기다리고 있음을 알게 되리니.
2008-10-25 naver blog에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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