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2-09

요시모토 바나나 - 키친

정말 소중한 누군가를 잃어버렸을 때,
사실 실감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잃었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슬픔을 모른다.
그러나 문득 문득
일상생활에서 빈자리를 느낄 때,
무너져 내린다.
그런 나의 영혼을 잘 달래주었던 책.

정말 홀로서기를 하고 싶은 사람은, 뭘 기르는게 좋다.
아이든가, 화분이던가.
그러면 자신의 한계를 알 수 있게 되거든.
거기서 부터 다시 시작하는 거야

인생이란 정말 한번은 절망 해봐야 알아.
그래서 정말 버릴 수 없는게 뭔지를 알지 못하면
재미라는 걸 모르고 어른이 되버려.

사랑조차 모든 것을 구원하지 못한다.

위대한 인물은 있는 것만으로도 빛을 발하고,
주위사람의 마음을 빛춘다.
그리고 사라졌을때는,
무겁디 무거운 그림자를 떨군다.

하지만 저 행복한 여름, 그 부엌에서.
나는 불에 데어도 칼에 베여도 두렵지 않았다.
철야도 힘들지 않았다.
하루하루, 내일이 오면
새로운 도전이 가능하다는 즐거움으로 가슴이 설레었다.
순서를 외울 정도로 여러 번 만든 당근 케이크에는
내 혼의 단편이 들어있었고.
슈퍼마켓에서 새빨갛게 익은 토마토를발견하면
나는 뛸뜻이 기뻤다.
나는 그렇게 하여 즐거움이 무언지를 알았고,
이제 원래 제자리로 돌아갈 수 없다.
자신이 언젠가는 죽는다는 것을 잊지 않고 싶다.
그렇지 않으면 살아있다는 기분이 안 든다.
그래서, 이런 인생이 되었다.

세월이 두 사람 사이에 가로눕고
텔레파시처럼 순간에 깊은 이해가 찾아온다.

사람이란
상황이나 외부의 힘에 굴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 자신의 내면 때문에 지는 것이다.
이 무력감,
지금 그야말로 바로 눈 앞에서
끝내고 싶지 않는 것이 끝나가고 있는데,
조금도 초조하거나 슬퍼할 수 없다.
한 없이 어두울 뿐이다.


2007-08-08 naver blog에 작성한 글입니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