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2-09

당신이 앞으로 10년 이내 읽어야 할 책 100권 - 미술(상)

당신이 앞으로 10년 이내 읽어야 할 책 100권 - 미술(상)

미술이란 미(美)를 재현하는 예술이다. 이때의 미(美)란 무엇인가? 재현(혹은 표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에 따라서 그것은 여러 방식으로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미술이란 기본적으로 시각적인 예술이며 조형예술이다.(한 마디로 나도 잘 모른다는 이야기이다. 흐흐.)우리의 일상에서 늘 가까이 접하게 되지만 늘 어렵게만 여겨지는 것이 미술이고 보면 이곳도 공부없이 접근하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지금까지 이러저런 궁금증들을 해소하기 위해 읽어왔던 미술관련 서적들 중에서 도움이 될만한 책들을 추려 보았다. 여러분들에게도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1. 서양미술사/ E.H.곰브리치/ 예경/ 1999년- 지금까지 출판된 책 중에서 미술에 관한 한 가장 유명한 책이 바로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일 것이다. 곰브리치는 이 책을 '자신들의 힘으로 이제 막 미술 세계를 발견한 10대의 젊은 독자들'을 위해 저술했다고 말하고 있는데, 그 까닭은 젊은 독자들은 '유식한 체하는 전문 용어의 나열이나 엉터리 감정들을 재빨리 알아내어 분개할 줄 아는 비평가'들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곰브리치의 그런 바램대로 오랜 시간을 두고 많은 나라에서 고루 사랑받는 책이 되었다. 그러나 그의 소망이 모두 이루어진 것은 아닌 탓인지 우리의 고등교육이 잘못된 탓인지 초·중·고등 교육을 통해 미술을 공부했음에도 의외로 읽기가 녹록치 않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시대의 범위가 넓고, 그가 쉽게 서술한다고는 했으나 동양의 작은 나라 한국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서양미술사'라는 것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이 책이 고전이 된 데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이 책은 작자 곰브리치 자신이 세운 원칙에 충실한 책이므로, 곰브리치의 역사가이자 교육자로서의 철학이 잘 드러나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을 서술하며 세운 그의 원칙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는 도판으로 보일 수 없는 작품은 가능한 한 언급을 피할 것, 둘째는 진정으로 훌륭한 작품에 대해서만 언급할 것, 세번째는 임의대로 도판을 선정하지 않을 것 등이다. 서양의 오랜 미술사를 단 한 권의 책 모두 소화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그에 대한 뼈대가 될 수 있는 좋은 텍스트는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이 정말 초심자에게는 다소 어려울 수 있지만 믿을 수 있는 든든한 책이라는 점에는 이의를 달 수 없다. 이 책의 분량은 700페이지에 달하고, 컬러 도판 413개가 실려 있다.(나는 '예경판'이 아니라 열화당 구(舊)판본을 가지고 있는데 이 책은 두 권으로 분권되어 있다.)

2. 당신의 미술관1.2.-한눈에 보는 서양미술사/ 수잔나 파르취/ 현암사- 수잔나 파르취는 독일 하이델베르크에서 미술사를 전공한 사람이다. 그러나 그의 저술은 미술사가의 것이라기 보다는 저술가로서의 성격이 다소 짙다. 출판계에서는 이런 필자를 일러 '중간필자'라는 말로 표현하고는 하는데, 중간필자란 전문가이거나 전문가에 준하는 능력을 갖춘 필자로서 일반 독자가 읽기에는 다소 어렵거나 전문적인 내용을 알기 쉽게 풀이하여 서술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필자를 의미한다. <당신의 미술관>이란 책의 국내 인기도 상당한 편이라 그의 또 다른 책이 번역·소개되어 있는데 <집들이 어떻게 하늘 높이 올라갔나 - 움막집에서 밀레니엄돔까지 서양건축사>가 그것이다. 곰브리치의 책이 다소 어렵다고 생각되는 사람이라면 파르취의 이 책으로 먼저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 책은 다소 특이한 방식으로 서술되어 있는데 이 책을 펼치는 순간 당신은 수잔나 파르취가 책 속에 건설한 가상 미술관에 첫발을 딛는 셈이 된다.

1권에는 동굴 벽화부터 중세 미술까지(제1실~10실)를 다루고, 2권은 르네상스부터 현대 미술까지(제11실~16실)을 다루고 있는데 화가의 자화상으로부터 팝아트에 이르기까지 가상미술관의 큐레이터는 당신을 이끌 것이다.쉽다는 것 말고 이 책의 장점 중 그 시대가 창출한 미술 작품이나 사조와 더불어 그런 작품을 산출하게 만든 시대의 흐름도 함께 짚어준다는 것이다. 3. 건축이야기/ 패트릭 넛갠스/ 동녘- 미술관련 책들을 소개하면서 미처 이야기하지 못한 것이 있는데, 미술 관련 책들은 하나같이 가격이 좀 비싸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여러 도판들이 포함되어 있고, 경우에 따라 컬러인쇄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하게 되면 우선 전체적으로 붉은 표지에 'The Story of Architecture'라고 쓰여진 영어 문구를 보게 될 것이다. 말 그대로 건축에 관한 이야기이다.스토리는 히스토리와는 좀 다른 것이긴 하지만 이 책은 세계건축사를 다루고 있는 방대한 시간의 압축이 들어 있다. 그런 까닭에서인지 책도 상당히 무겁고, 큰 글씨에만 익숙해져 있는 분들에게는 재미없는 책이다.(뭐, 건축이라면 집 근처에서 등짐지고 스티로폼이나 시멘트 포대를 나르는 것으로만 생각하는 분들은 굳이 볼 필요가 없는 책이기도 하다.) 책값도 40,000원이나 한다. 하지만 건축이 미술의 당당한 한 분야이며 우리가 도시에 살면서 늘상 접하게 되는 가장 기본이 되는 예술이란 사실을 깨우치고 있는 분이라면 도전해 볼만하다. 당신보고 직접 집을 세우라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이 책은 건축의 발전 단계에 따라 21개의 장으로 나뉘어져 있다. 이 이야기는 건축에 관한 몇 가지 기초적인 사실들로부터 출발해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이 단순하고 소박한 '집'의 형태가 어떻게 '인간 정신의 숭고한 표현'이 되는가를 찬찬히 짚어주고 있다.만약 세계 여행을 떠나거나 우리 역사 고적을 되짚어 보는 여행길에서 만나게 될 수많은 문화 흔적들이 과연 어떤 형태의 것들일지 되돌이켜 생각해보면 건축이 갖는 중요성을 새삼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들은 아마도 대개 집의 형태, 즉 건축의 형태로 먼저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선뜻 생기지 않는 분이라면 영화 '미이라'에 등장하는 악당 '임호테프'가 사실은 피라미드를 건설한 건축가였다는 사실을 알려드리도록 하겠다. 이래도 구미가 당기지 않는가?

4. 조각이란 무엇인가 - 열화당미술책방 014/ 허버트 리드/ 열화당- 미술이란 건 분명히 시각에 크게 의존하는 방식의 예술임에 틀림이 없다. 음악을 감상하는 행위에 있어서 시각이란 것은 크게 필요치 않고 때로는 오히려 방해가 되는데 미술은 본다는 행위 자체가 감상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설령 장님이라도 감상할 수 있는 미술 장르가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조각이 될 것이다. 물론 보면서 만지는 행위에야 따라갈 수 없겠지만 조각은 예술 장르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촉각'에도 의존하는 장르이기 때문이다.이 책은 조각의 출발점이랄 수 있는 선사시대의 부적(토템)으로부터 현대의 조각 예술에 이르기까지 두루 다루고 있다. 전체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조각의 기원과 역사, 특성 등 조각의 다양한 요소들을 247컷의 도판들과 함께 해설하고 있다.허버트 리드가 지은 책 중에 시공사에서 나온 <간추린 서양 현대조각의 역사>를 함께 읽어보는 것도 조각에 대한 좋은 길라잡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5. 미술로 보는 20세기 - 학고재신서19/ 이주헌/ 학고재- 이도저도 보기 싫은 분들에게 이 책은 꼭 보라고 권해주고 싶다. 우선 개인적으로 젊은 미술비평가인 이주헌 씨의 글을 좋아하는데다가 이 책은 다른 책들과 달리 몇 가지 특기할 만한 장점들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이 저술이 시간적인 개념으로 접근한 통사적 서술이 아니라 주제별로 20세기의 특징들을 검색한 서술 방식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은 주제들로 꾸며져 있다. 1장 야망의 도시(메트로폴리스/ 지하철/ 범죄/ 유행과 패션), 2장 관능의 시대(성녀에서 요부로/ 네이처리즘/ 성 상품화/ 에이즈 시대의 성), 3장 혁명(멕시코 혁명/ 러시아 혁명 1/ 러시아 혁명 2/ 문화대혁명), 4장 팝 문화(팝의 시대/ 마릴린 먼로/ 키치/ 매스 미디어), 5장 전쟁(제1차 세계대전/ 제2차 세계대전/ 한국전쟁/ 베트남 전쟁/ 걸프전), 6장 갈등의 시대(대공황/ 정치적 탄압과 양심수/ 퇴폐미술 / 인종 갈등/ 물신의 투쟁/ 제3세계), 7장 사상(니체와 표현주의 / 프로이트와 초현실주의 / 브레히트와 레제/ 사르트르와 자코메티/ 푸코와 마그리트/ 리오타르와 포스트모더니즘), 8장 여성(잃어버린 성/ 페미니즘/ 한국의 여성), 9장 일상(사고/ 가정/ 한국의 아버지), 10장 영화(빛의 제국 / 스타의 탄생), 11장 테크노피아(대량생산 시대의 미학/ 스피드/ 핵의 시대/ 전자 시대의 미술/ 가상현실), 12장 잃어버린 낙원(끊어진 사슬/ 신체의 항의/ 되돌아보는 자연/ 신천지를 향하여)이 그것이다.이주헌은 미술을 통해 20세기를 재구성하고 있다. <2002/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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